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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알게된 편견의 허술함
David IT
2024. 12. 23. 09:45
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어느 날, 감기에 걸렸어.
몸은 무겁고, 기분은 가라앉았지.
다행히 순례자 숙소에서 좋은 방을 배정받아
이른 저녁부터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어.
그런데 그때. 문이 열리더니, 온몸에 문신을 한 남자가 들어오더라.
강렬한 눈빛, 거친 숨결, 그리고 긴장감.
속으로 생각했지. 오늘 밤은 글렀구나.
순례길에서는 술을 들이켜고 시끄럽게 구는 사람들도
가끔 있었거든.
얼마 지나지 않아, 그가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는데,
방 안에 술 향이 스며들었어.
그는 나를 보더니 다가왔다. 나는 순간 얼어붙었지.
하지만 그가 내민 건 물과 빵, 그리고 감기약이었어.
“내일은 여기서 좀 더 나은 숙소로 옮기는 게 좋을 거야.”
그리고 직접 예약까지 해줬어.
온몸이 묵직했던 감기도, 그를 향한 경계심도,
순간적으로 사라지더라.
편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...
순례길은 참 이상한 곳이야.
길 위에선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고,
낯선 것들 속에서 익숙함을 발견해.
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나를 조금씩 바꿔놓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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